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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1) 음악은 때때로 나를 사로잡는다. 바다처럼! 출범한다. 나는 창백한 별을 향해, 자욱한 안개 속으로 끝없이 넓은 창공 속으로 돛대처럼 부푼 가슴 힘것 내밀고 나는 탄다. 밤에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나는 느낀다 신음하는 배의 모든 정열이 진동함을, 광막한 바다 위에서 나를 흔든다. 순풍과 폭우 그리고 진동이, 음악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 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 위대한 작곡가들에 의해 음악이 번성하며 꽃을 피우던 근대말 유럽.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음악 악단 장을 맡고 있는 요한은 희대의 천재작곡가 들이 남긴 수많은 곡을 받아서 번안하고 악단을 통솔 지휘하며 궁정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개최하고 대학에서 제자들을 양성하며 하루하루를 분주하게 살아가는 건실한 기독교인이면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그..
장편-천재수술(2) 혜성이 마취에서 깨기 시작한 것은 수술 경과 후 8시간이 지난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였다. 초조하게 아들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던 이 박사는 혜성이 눈을 뜨자 자리에서 일어나 혜성에게 다가갔다. 혜성은 이 박사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아빠! 머리가 너무 아파.” “혜성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좋아질 거야. 두통 말고는 다른 아픈 데는 없어?” “응, 그런데 목이 말라. 물 좀 줘.” 박사는 냉장고에서 생수를 컵에 가득 따라서 혜성에게 주었다. 혜성은 물을 다 마시고 한 컵을 더 달라고 하였다. 이 박사는 한 컵을 더 따라서 아들에게 주었다. 갈증 난 사람처럼 그렇게 혜성은 컵에 가득 찬 물을 세 컵 마시고 나서야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편-천재수술(1) -1- 이지성 박사는 아들의 뇌 구조 영상검사를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장치를 작동시켰다. 뇌의 위축, 뇌실 확대 등 뇌의 구조적 이상 소견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예상대로 MRI 영상에는 내 측두엽의 위축이 뚜렷이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이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이었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점차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에서 이상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그 진행 과정에서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 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되며 말기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