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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와 천재의 하룻밤얘기 그날은 유난히도 피곤한 하루였다. 학생들 레포트 채점 하고, 기말고사 시험지 원안 제출 하고, 대한 수학회 에서 찾아온 분들과 새로 학회지에 올린 논문사전 검증을 위해 몇 시간을 그들과 마주 앉아 논문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오류를 배제한 논문의 타당성에 관해서 증명해야만 했다. 특히 대한 수학회 회장인 서울대의 김 창호 박사는 특유의 지적 오만감 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퍼즐 게임을 즐기는 지적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중고생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으며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난 학과 사무실을 나올 수 있었다. 어느 대학가처럼 정문을 나서자 화려한 색깔의 네온사인들이 학교주변의 거리를 채색하고 있었고, 만취된 일부 남녀 학생들이 비틀거리며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요즘 애..
장편소설-천재수술(최종회) 혜성은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공부에만 집중하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최상의 성적을 유지하였다. 혜성의 아버지 지성은 유림이 만든 알약을 분석하여 먹으면 천재가 되는 알약을 몇 번의 실패 끝에 제조에 성공하였다. 이 소식은 곧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일순간에 이지성 교수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었다. 지성은 알약제조와 관련된 기술제휴는 송이의 할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k 재단의 제약계열회사와 맺었다. 이로 인해 이지성 교수의 연구실에는 기자들의 출입이 끊이질 않았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사람은 네이쳐 한국지사에 근무 중인 김유리 기자였다. 시간이 갈수록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김유리 기자의 출입이 잦아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어느새 유림이 말했던 그 날이 내일로 불쑥 다가왔다. “..
장편-천재수술(8) 지성은 그날 저녁 모처럼 혜성과 함께 집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차가 혜성이 사는 아파트 동 부근에 가까이 왔을 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경찰차가 보이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지성은 모여 있는 주민들을 뒤로하고 아파트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집어넣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집으로 가기 위해 지성은 혜성과 내렸다. 왼쪽 귀퉁이를 돌아 지하 엘리베이터가 있는 203동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입구 쪽에서부터 경관들이 지키고 있었다. 혜성과 지성은 엘리베이터에 승차한 후 12층을 눌렀다. 잠시 후 12층에 승강기가 도착하자 집 앞 1214호 쪽에는 경관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고, 수사라인이 입구 쪽에 쳐져 있었다. 그때 서야 혜성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현관문을..
장편-천재수술(7) Y대에 첫 출강을 하던 날 지성은 김정남 교수와 함께 늦은 시각까지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지성은 저녁부터 마신 술이 꽤 많은 양임에도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비우기를 번복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남이 지성의 술잔을 뺏었다. “술이 많이 되었네. 이쯤에서 일어나지. ” “아니, 지옥까지 갈 생각이야.” “자네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이건 아닐세.” “이건 아니면 어떤 게 답인가? 알면 대답해 주게.” “내가 자네와 같은 상황이었어도 난 혜성에게 전두엽 제거 수술을 했을 걸세. 그 수술이 없었다면 혜성은 이미 죽고 없을 거야. 자네의 빠른 판단이 그 애를 살렸네.” “애당초 천재 수술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의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이미 지나간 얘기를 두고 시시비비를 따져서 얻는 ..
장편-천재수술(6) 그날 밤 혜성은 갈증으로 잠에서 깼다. 병실 안은 취침 등이 켜진 채 모두 잠들어 있었다. 혜성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가 있는 곳으로 갔다. 문을 열고 음료수를 한 병 꺼내 마시자 갈증이 해소되는 듯 병실을 한번 둘러보고는 연구실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연구실 쪽 방향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누구지?’ 혜성은 조금은 긴장된 모습으로 지성의 연구실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갔다. 두 명으로 보이는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 한 명을 보니 김정남 교수가 확실해 보였다. 김 교수가 맞으면 여기에 온 이유는 자명했다. 아버지가 기술이전과 관련하여 김 교수의 제안을 거절하자 김 교수가 직접 지성의 연구자료를 빼내기 위해서 온 것으로 혜성은 생각했다. “김 교수님, 이제 도둑..
장편-천재수술(5) 혜정으로부터 노트와 필기구를 받은 혜성은 유전자검사실에서 보았던 자신의 게놈지도를 그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특수 형광분석기에서 보았던 그림을 모두 그리자 조용히 말을 하였다. “아빠, 저의 유전자 중 상당수에 염기 서열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연구를 해봐야 하겠지만 특정 신경세포 γ의 작용과 관계있는 유전자 부분으로 보여요. 그 변화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유전자에 나타나는 이상 변화는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직 고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지연작용을 일으키는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도 인간의 게놈에 대한 지도와 메커니즘이 완전히 발견되기 전에는 힘든 게 현실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선행되지 않는 한 문제는 어디에서 일어나기 마련이잖니.”..
단편-일식 서울 변두리에 자리한 한 초등학교의 저학년 교실. 두 명의 사내아이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다툼을 하고 있다. 한 녀석의 이름은 나 태양, 나머지 녀석의 이름은 한 달음이다. "밤이 이겨." "바보 같은 게. 낮이 이긴다고." 태양이 달음을 째려보며 말했다. "야! 밤에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낮에는 밝아서 다 보이잖아. 보이면 지는 거야." 달음이 태양에게 쏘아부쳤다. "보여야 움직이지. 컴컴하면 아무것도 못 해. 멍청아." "보이면 움직이는 걸 들켜버리잖아. 그럼 공격을 못해. 너는 영화도 안 봐?" 태양은 답답한 표정으로 달음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 움직이고 어떻게 싸워서 이기냐? 너 밤에 전쟁하는 것 봤어? 큰 싸움은 낮에 하는 거야. 쩨쩨하게 한두 명 쓰러뜨려서 이기는 싸움이 무슨 ..
장편-천재수술(4) 보조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박사는 연구실을 박차고 나가 혜성이 있는 중환자실로 뛰기 시작하였다. 중환자실에 도착하자 혜성이 누워있는 침상 주변에는 혜정을 비롯한 다수의 의료진이 모여 있었다. 이 박사가 들어오자 주변의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침상으로 다가가자 혜성이 눈을 뜬 채 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박사는 혜성의 몸에 부착된 심전도와 혈압계, 산소포화도 측정기의 수치를 먼저 체크하였다. 지속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수치는 일단 안정권에 들어있어서 생명에는 이상이 없음을 알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박사는 혜성의 입에 물린 체온계를 뽑아서 살펴보았다. 체온도 정상적이었다. 종합적으로 신체는 정상적으로 회복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혜성의 의식이 정상적으로 회복..
단편- 수호천사 가까운 미래. 일본 도쿄 도지요다 구 좌표 북위 35° 41′ 38.25″ 동경 139° 44′ 33.69″ . 하늘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이 곳은 불바다를 이루며 초토화 되었다. 반경 500m 이내의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본은 대혼란에 빠졌다. 기시다총리를 필두로 내각의 총 대표들이 모여 사태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일본의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일부 극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단체는 할복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자들까지 나타났다. 사건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 한국의 남부지방에 위치한 대도시의 외딴 변두리 지역. 대부분이 개발이 안 된 곳이어서 집들은 단층의 낡고 허름한 집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모여 있는 도심 속의 달동..
장편-천재수술(3) 이 박사는 혜성이 나가면서 남겨둔 자신의 연구 노트를 집어서 뒤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연구노트 여기저기에는 혜성이 적어놓은 신경생리학 용어와 복잡한 화학식들이 곳곳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어떤 곳에는 아예 크게 ×를 그려놓은 장도 있었다. 이 박사는 말없이 자신의 연구 노트를 덮었다. “아들은 이미 답을 찾은 것 같군. 생각보다 너무 빨라. 두려워.” 그때 간호사들이 급히 달려왔고 연구실에 있던 이 박사도 병실로 달려갔다. 혜성의 발작이 또 시작된 것이었다. 이 박사는 응급처치로 우선 해열제가 들어있는 수액을 정맥에 꽂아 넣고 진정제를 놓았다. 잠시 후 혜성은 예전의 평정을 찾으며 잠들고 있었다. 혜정은 이 박사와 병실을 나왔다. “여보, 1주일 안에 혜성이를 원래대로 돌려놓아요. 안 그러면 당신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