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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일식 서울 변두리에 자리한 한 초등학교의 저학년 교실. 두 명의 사내아이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다툼을 하고 있다. 한 녀석의 이름은 나 태양, 나머지 녀석의 이름은 한 달음이다. "밤이 이겨." "바보 같은 게. 낮이 이긴다고." 태양이 달음을 째려보며 말했다. "야! 밤에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낮에는 밝아서 다 보이잖아. 보이면 지는 거야." 달음이 태양에게 쏘아부쳤다. "보여야 움직이지. 컴컴하면 아무것도 못 해. 멍청아." "보이면 움직이는 걸 들켜버리잖아. 그럼 공격을 못해. 너는 영화도 안 봐?" 태양은 답답한 표정으로 달음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 움직이고 어떻게 싸워서 이기냐? 너 밤에 전쟁하는 것 봤어? 큰 싸움은 낮에 하는 거야. 쩨쩨하게 한두 명 쓰러뜨려서 이기는 싸움이 무슨 ..
장편-천재수술(4) 보조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박사는 연구실을 박차고 나가 혜성이 있는 중환자실로 뛰기 시작하였다. 중환자실에 도착하자 혜성이 누워있는 침상 주변에는 혜정을 비롯한 다수의 의료진이 모여 있었다. 이 박사가 들어오자 주변의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침상으로 다가가자 혜성이 눈을 뜬 채 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박사는 혜성의 몸에 부착된 심전도와 혈압계, 산소포화도 측정기의 수치를 먼저 체크하였다. 지속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수치는 일단 안정권에 들어있어서 생명에는 이상이 없음을 알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박사는 혜성의 입에 물린 체온계를 뽑아서 살펴보았다. 체온도 정상적이었다. 종합적으로 신체는 정상적으로 회복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혜성의 의식이 정상적으로 회복..
단편- 수호천사 가까운 미래. 일본 도쿄 도지요다 구 좌표 북위 35° 41′ 38.25″ 동경 139° 44′ 33.69″ . 하늘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이 곳은 불바다를 이루며 초토화 되었다. 반경 500m 이내의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본은 대혼란에 빠졌다. 기시다총리를 필두로 내각의 총 대표들이 모여 사태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일본의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일부 극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단체는 할복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자들까지 나타났다. 사건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 한국의 남부지방에 위치한 대도시의 외딴 변두리 지역. 대부분이 개발이 안 된 곳이어서 집들은 단층의 낡고 허름한 집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모여 있는 도심 속의 달동..